서남권 반도체, 전력 공급 '원전 건설이 답'10일 이언주·황정아, 최형두·김위상 의원 공동주최제12차 전기본 수요 재전망서 26.8GW 추가 호남 전력자립률 높아도 피크시간 공급능력 부족 전력·용수·송전망·인허가·인력 묶은 통합 패스트트랙 필요 "단일 전망 아닌 시나리오별 대응해야" 정격용량보다 '실효용량' 관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패가 '얼마나 많은 발전소를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반도체 공장이 가동되는 시점에 필요한 전력을 실제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 국회 토론회에서 집중 제기됐다. 특히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대폭 확대하더라도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는 변동성 때문에 반도체 산업이 요구하는 24시간 고품질 전력을 재생에너지만으로 충당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기존 원전과 신규 원전, 소형모듈원자로(SMR), LNG,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구매계약(PPA) 등을 조합한 '청정 무변동성 전원(Clean Firm Power)'확보 전략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호남 전력자립률 높아도 피크시간 공급능력 부족 더불어민주당 이언주·황정아 의원과 국민의힘 최형두·김위상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수력원자력노조과 원자력정책연대가 주관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은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제12차 전기본의 과제' 토론회가 10일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반도체·AI 데이터센터의 폭증하는 전력수요와 함께 전력품질, 송전망, 용수, 인허가, 원전 건설기간,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성까지 국가 첨단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26.8GW 추가수요…'수요 예측'서 '수요 대비'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가장 큰 변수는 급증하는 첨단산업 전력수요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제12차 전기본 총괄위원회는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와 AI·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반영해 기존 전력수요 전망을 다시 조정하고 있다. 기본안 대비 추가로 반영된 수요는 26.8GW 규모로 제시됐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20.6GW, 데이터센터에서 7.9GW의 추가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이 수요가 모두 확정된 수요냐"는 점이다. 사업별 투자계획과 착공·가동 시점, 기업의 최종 투자 결정 등에 따라 실제 전력수요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따라서 26.8GW를 그대로 발전설비로 환산해 한꺼번에 건설하는 방식 역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예측의 계획에서 대비 계획’발제를 통해 전력수요를 하나의 숫자로 확정하기보다 복수의 시나리오에 따라 발전설비와 송전망을 단계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AI의 확산 속도와 연산량, 데이터센터의 전력밀도, 서버 효율 개선속도 등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전통적인 수요예측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수요를 과소 전망하면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의 입지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질 수 있지만, 반대로 과대 전망하면 이용률이 낮은 발전소와 송전설비에 대한 막대한 투자비가 전기요금이나 공공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한 대안은 '넉넉하게 전망, 단계적 투자 방식'이다. 기본·고수요·저수요 등 여러 시나리오를 설정한 뒤 모든 시나리오에서 공통적으로 필요한 송전망과 발전설비는 우선 확충하고, 실제 기업 투자와 기술발전 속도에 따라 추가 설비를 단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268GW 중요한 게 아닌 157.8GW 언제 확보하느냐" 전력수급을 둘러싼 또 하나의 핵심 쟁점은 발전설비의 ‘정격용량’과 실제 공급 가능한 '실효용량'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11차 전기본 기준으로 2038년 발전설비 정격용량은 268.1GW까지 확대될 전망이지만, 피크수요와 예비율을 고려한 목표설비는 157.8GW로 산정됐다. 이는 태양광과 풍력의 설비용량을 그대로 안정적인 전력공급 능력으로 볼 수 없다. 박 교수는 "발전소가 몇 GW 설치돼 있는지를 보는 것에서 벗어나 피크시간대 실제 전력공급능력과 전력계통 신뢰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은 대표적인 사례다. 호남권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명목상 전력자립률이 높은 지역으로 평가되지만, 태양광 발전량이 떨어지는 저녁이나 기상조건이 나쁜 시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제시된 분석에 따르면 호남의 정격용량은 미래 예상수요를 웃돌지만 실효용량은 예상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발전소가 얼마나 많이 있느냐'와 '반도체가 필요로 하는 순간 전기가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
■서남권 반도체, 이제 '전력·용수 동시 확보' 관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현재 구상 단계를 넘어 실제 산업단지와 기반시설을 어떻게 적기에 구축하느냐가 중요한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최근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전체 약 250만평 규모의 클러스터 가운데 약 63만평을 우선 공급하고, 2029년 팹 1단계 준공과 2030년 6월 양산을 목표로 전력·용수·인력·정주 여건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은 6.3GW, 용수는 하루 133만t 규모를 확보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문제는 단순히 발전소 몇 기를 추가 건설하는 수준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전력 생산시설뿐 아니라 송전선로와 변전소, 계통보강, ESS, 비상전원까지 공장 건설과 같은 시간표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이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역시 '용수'확보다. 반도체 생산에 대규모 산업용수와 초순수가 필요해 취수원 확보부터 정수·고도처리, 초순수 생산시설, 폐수 재이용 시스템까지 함께 구축돼야 한다. 결국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전력망과 용수공급망이 동시에 완성돼야 비로소 산업단지의 완성도가 확보되는 구조다. ■군공항 이전·기업 투자·전력망…'시간표 일치' 최대 변수 광주 군공항 일대는 약 826만㎡, 250만평 규모의 반도체 국가산단 후보지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군공항 이전과 부지 인도, 기업의 최종 투자 결정, 산업단지 조성, 전력·용수 기반시설 구축이 서로 다른 일정으로 진행될 경우 팹 가동 시점에 기반시설이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논의에서 군공항 이전, 사업시행자 선정, 기업 투자 규모와 시점, 전력·용수 공급계획을 하나의 로드맵으로 묶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산업은 부지를 확보했다고 곧바로 생산을 시작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공장 부지 조성→전력·용수 기반시설→팹 건설→장비 반입→시험가동→양산까지 장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발전소와 송전망을 산업단지보다 뒤늦게 건설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첨단산업의 투자시간표를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종호 "초기 LNG, 장기 원전·SMR…PPA 활용해야" 이종호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책임연구원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공급 현실과 바람직한 전력공급안'발제에서 반도체 전력은 단순한 전력량보다 전력품질과 공급 확실성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반도체 팹은 순간적인 정전이나 전압·주파수 변동만으로도 생산 중인 웨이퍼와 공정장비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UPS, BESS, 비상발전기, 순간전압강하 보상장치 등을 갖출 수 있지만 자체 설비만으로 장기간 전력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는 없다. 이 연구원은 초기 전력공급 공백을 LNG 가스터빈 등 신속하게 구축할 수 있는 전원으로 보완하고, 장기적으로는 원전과 SMR을 활용하는 단계적 전원구성을 제안했다. LNG는 건설기간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탄소중립 시대의 장기 주력전원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브리지 전원’과 ‘장기 청정전원’의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PPA와 연계해 기업이 장기간 무탄소 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단순히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글로벌 고객사가 요구하는 탄소배출 기준까지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24시간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 확보가 경쟁력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생에너지냐 원전이냐" 아닌 '청정 전원 포트폴리오' 종합토론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에서 벗어난 의견이 제기됐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반도체·AI·첨단바이오·이차전지 등 국가 전략산업에 필요한 것은 외부 기상조건이나 시간대에 관계없이 일정한 출력을 유지할 수 있는 청정 무변동성 전원(Clean Firm Power)"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기존 원전과 신규 원전, SMR, 청정수소 발전, CCUS를 결합한 발전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지만 변동성 전원만으로 전력수요를 맞추려면 과잉 발전설비와 대규모 저장장치, 추가 송전망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 반대로 일정 비율의 청정 무변동성 전원을 확보하면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계통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고, 장주기 저장장치와 예비전력에 필요한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향후 전력정책에서 발전원별 단가만 비교할 것이 아니라 발전비용+송전망+저장장치+예비력+출력제어+계통보강 비용을 합친 '시스템 비용’'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규 원전만 기다릴 수 없는 2030년…'전력 브리지' 필요 신규 원전은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을 제공할 수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건설기간이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2030년 전후 생산을 목표로 한다면 신규 대형원전이나 SMR의 상용화 시점과 상당한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다. 2030년 전후의 전력공급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12차 전기본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 가능 물량, 기존 전력망 활용, 송전망 조기 보강, LNG의 한시적 활용, 재생에너지 PPA, ESS 등을 조합한 '2030년 전력 브리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SMR을 대안으로 앞세운 부분과 관련, 완전한 기술체인지도 관건이자 변수다. 미래의 중요한 청정전원 후보지만 상용화 시점과 건설비, 인허가, 실제 공급단가가 아직 불확실한 만큼 SMR을 전제로 한 공급계획만으로 초기 전력수요를 해결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전력망 없는 발전소도, 발전소 없는 전력망도 무의미 서남권의 또 다른 문제는 송전망이다. 호남권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하면서 일부 시간대에 전력이 남지만, 계통제약으로 출력제어가 발생하는 반면 산업수요가 집중되는 시점에 안정적인 전력을 외부에서 공급받아야 하는 모순이 나타날 수 있다. 앞으로는 발전소 건설과 송전망 건설을 별개의 사업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프로젝트로 묶어야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가동 시점과 발전소 준공, 송전선로·변전소 준공을 하나의 'Time-to-Power'일정표로 관리해야 한다. 강창호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원전 건설과 계속운전, 송전망 확충을 패키지로 추진하고 인허가 과정도 관계기관이 병렬적으로 검토하는 통합 패스트트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안전·환경 심사를 생략하는 방식이 아니라 중복 행정을 줄이고 기관별 심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원전 근로시간 특례…산업 속도보다 '안전' 먼저 원전 건설과 시운전, 계획예방정비 등 특정 기간 숙련기술자의 집중적인 작업이 필요한 업무에 대해 근로시간 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문제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원전 안전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원전은 작업자의 피로와 집중력 저하가 안전사고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단순한 근로시간 확대가 아니라 총근로시간 제한, 연속휴식 보장, 교대인력 확보, 건강검진과 피로도 관리 등 강화된 안전장치가 전제돼야 한다. 특히 첨단산업 전력공급을 앞당기기 위해 노동자의 건강권을 희생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향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전력·용수·인허가·인력까지 하나 '반도체 패키지'로 이날 토론에서 드러난 가장 큰 공통점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쟁력이 발전소 한두 기를 추가하는 것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력은 발전소만으로 공급되지 않는다. 발전소와 송전선로, 변전소, 계통운영, ESS, 비상전원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용수 역시 취수원과 정수시설, 초순수 생산시설, 폐수처리 및 재이용시설이 동시에 구축돼야 한다. 여기에 군공항 이전과 산업단지 인허가, 기업 투자 결정, 전문인력 양성, 주거와 의료·교육 등 정주여건까지 맞물려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국가 전략산업 프로젝트로 추진하려면 ‘전력·용수·인허가·인력·정주환경 통합 패스트트랙’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12차 전기본의 진짜 시험대는 '발전원 비중'이 아니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 발전원의 비중을 몇 퍼센트로 정하느냐가 아니라 산업현장에 언제, 얼마만큼, 어떤 품질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26.8GW의 추가수요가 모두 현실화될 것인지, 일부가 지연되거나 축소될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확정수요와 잠재수요를 구분하고 이에 맞춰 발전설비와 송전망을 단계적으로 준비하는 일이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처럼 국가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예상되는 사업은 '발전설비 확보→송전망 확충→산업단지 건설'이라는 순차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장 가동 시점과 전력·용수·송전망·인허가 완료 시점을 하나의 국가 프로젝트 시간표로 묶는 방식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는 서남권의 중요한 에너지원이지만 그것만으로 반도체 산업이 요구하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모두 충당하기는 어렵다. 원전 역시 신규 건설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고 SMR도 아직 상용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현실적인 해법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기본으로 하되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 신규 원전, 향후 SMR, 초기 LNG, ESS, PPA, 송전망 보강을 시기별로 조합하는 다층적인 전력 포트폴리오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패는 결국 '얼마나 큰 산업단지를 짓느냐'가 아니다. 현장에서는 반도체 팹이 문을 여는 날 전등이 켜져 있고, 초순수가 흐르며, 전력품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가에 대해 물음표를 던졌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실제로 서남권에 어떤 팹을 언제까지 확정했는가'와 '26.8GW 가운데 확정수요와 잠재수요가 각각 얼마인가', 12차 전기본의 허점을 풀어낼 과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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